2004년 01월 10일
▶그대를 위하여...
Dave Grusin - On Golden Pond
오늘은...아침부터 아내와 함께
승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를 출산한 직후부터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아내,
수술이 불가피한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 때문에
아이가 태어난 지 하루만에
거의 일주일여를 눈물로 지내왔고
여자이기 때문에, 며느리기 때문에
자기 잘못도 아님에도 시부모님께
송구스러움까지 느껴야 했었습니다.
아이의 수술이 잘 되었고 퇴원한 후로도
그 아이 옆에 붙어서 매일같이 24시간을
온통 자식을 위해 다 바쳐야 했던 아내,
조금만 이상한 징후가 보여도
가슴부터 철렁 내려 앉는다는 아내는
출산후 병원으로 뛰어다니느라
몸조리를 제대로 못해
지금도 자주 쑤셔오는 뼈마디들을 아파하면서도
내색 한번 않고 자식걱정에 매일밤을 지새웁니다.
언젠가 아이의 2차수술 후,
퇴원하고 첫 외래 진료가 있던 날
아이의 출산 후 외출다운 외출...이라기 보다
단 한 순간도 마음놓고 집을 나서지 못했던 아내는
그 병원가는 일도 외출이라고
아침부터 옷장을 뒤지고 이옷저옷 입어보며
즐거워하던 마음 여린 초보 어머니였지요.
오늘은 지난 달에 아내의 사촌 언니가 사준
승현이 옷을 바꾸러 백화점에 가야 했습니다.
저더러 다녀오라는 아내에게
전 내가 아이를 볼테니
자기가 갔다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의 사촌언니에게
전날 미리 전화를 했었지요.
내일 외출 좀 하게 해주고 싶다고...
시간을 내서 좀 만나 달라고...
처형도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고...
그렇게 오랜만에,
너무 오랜만에 아내는 외출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시간이 멀다하고 전화를 합니다.
- 승현이 어때?
- 울지 않아?
- 오늘 주사 맞아서 많이 칭얼거릴텐데...
- 오빠..힘들지...
아이를 보는 일은 힘은 좀 들어도
저 역시 아내 못지 않게
잘 보는 편입니다.
입원해있던 병원에서는
승현이 아빠가 애보는데 선수라고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도 났었습니다. -_-)V
승현이는 오늘 주사가
정말 많이 아팠는지
전에 없이 많이 칭얼거리고
우는 소리에 노골적으로
짜증을 실어 내질렀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도 한 성질하는 아빠로서
아이에게 질 수 없다~ 는 일념으로
평소처럼 침착하게 달래도 얼르고
안아주고 둥기둥기~ 해주고....
온갖 개인기 다 동원하며
버라이어티 쇼를 보여주는 열성을~
오후 한나절을 같이 보내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ㅜ.ㅡ
언니랑...저녁까지 먹고 오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결국
아내는
6시께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지금 지하철 탔으니까
한 30분정도면 집에 도착한다고...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흔들침대에 누워 잠든 승현이를
고요히 두고
저녁을 준비 했습니다.
메뉴는
미역국에 김치볶음에 갈치조림에
미진님 블로그에서 배운 계란찜에
파래무침까지...
그리 대단한 찬은 없었지만
들어오자 마자 식탁에 준비된
저녁을 보며 아내는 눈물을 글썽입니다.
제가 아내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단 한가집니다.
만약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등을 돌려도
오직 한사람만 나를 믿어주면 된다.
과연 그럴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런 확신속에 저는 결혼을 결심했고
이제 1년하고도 9개월째 접어들었는데
그런 제 믿음에 과분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더 살아봐야 알꺼라고
친구들은, 선배나 주위 사람들은 말하지만
2년 4개월의 연애 기간과
1년 9개월동안의 결혼 생활을 지나오면서
저의 선택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음을
매일매일 느낍니다.
서로 그리 내세울 것 없는 사람들이지만
조금씩의 모자람과
조금씩의 더 나음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우리 죽음으로 헤어지는 날까지
어떤 사람들처럼 부유하진 않아도
누구처럼 호의호식 하진 않아도
살면서 진짜 행복이란게 뭔지,
사랑이란게 뭔지 알아가면서
아, 이것이 사람이 사는 것이구나
깨달으면서 살 수 있음을
저는 확신합니다.
별로 맛도 없는 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내는
특별히 미인도,
남자를 황홀하게 만드는 세 단어,(ㅡㅡ;;;;;;)
늘씬쭉쭉빵빵한 글래머도 아니지만
제 눈에는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osado
(음악, 영화 "황금 연못"(마크 라이델 감독 / 헨리 폰다, 캐서린 헵번, 제인 폰다 주연 / 1981년작 / 유니버설)의 주제 음악입니다. 노년의 부부의 사랑이 특별히 가슴 절절이 사무칩니다. 성장기의 불화를 겪었던 같은 성격의 아버지와 딸의 소원한 관계가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잔잔하게 묘사했던 수작입니다. 나중에 저도 제 아내와 그렇게...노년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부부로 살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 by | 2004/01/10 22:02 | 삶의 향기를 | 트랙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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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랑이라는 것
▶그대를 위하여...0:0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이가 들면서 소설이 싫어진다. 감정의 과잉이 싫기 때문이다. 사랑에 목숨거는 비현실적인 남녀의 얘기보단 신문정치면이 재밌다. 블럭버스터 타이타닉같은 사랑에 감동하지 않는다. 역시 감정의 과잉이 싫기 .....more
제 처제도 오사도님 하고 비슷한 경우라 큰아이 낳자마자 몸조리도 못하고 내내 울기만 하던데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 큰조카 녀석 아주 건강합니다. 승현이도 건강하네요^^;
바탕화면은 잘 바꾸셨어요~~
버디님의 아내분은 정말 착하고, 사랑스러운 분이실 거라는 짐작..
그리고 그런 분을 알아보신 버디님도 멋진 분이실 거라는 생각..
정말 부럽습니다, 이런 걸 두고 천생연분이라 하나요?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승현이도 곧 튼튼해 질꺼라 믿습니다.
너무나 예쁜 사랑.. 변치않을 거라는 확신이 드네요^^
늦은 밤.. 마음가득 사랑 한줌 훔쳐갑니다.^^*
apostle5님의 가정에 앞으로도 항상 편안하고 따뜻한 사랑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승현이도 힘들겠지만, 잘 이겨내고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와 아빠의 걱정을 말끔히 털어내 줄 거란 느낌이 듭니다.
반드시... 잘 될 겁니다. ^^;
복받으셨습니다!!^^
승현이도 이제 곧 건강해질꺼구요.. 행복하시겠네요
행복하세요^^
노래는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더 어울릴것이라는 예감이 엄습합니다.
전 요즘 결혼에대해 약간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슬슬 들기 시작했었는데,
apostle님의 이 글을 보니.. 생각이 바뀝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내를 두셨군요..그리고, apostle님도 참 괜찮은 남편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행복하시겠어요..
지금의 결심대로 평생 아내와 승현이만 바라보며 예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애가 태어난지 한달부터 병원생활을 했지만.. 대단한 분이세요.
제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배워야 할 점이 너무 많은 분 같네요.
님 글에서는 부러울 정도로 사랑이 가득하구요.
늘 행복하세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보이시지만...^^
사도님과 승현어머님의 헌신으로 승현이가 곧
건강을 찾고 두분에게 커다란 기쁨을 줄 것을
믿습니다. 전에도 봤는데 사진으로는 승현이는
전혀 아픈 애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건강하고 너무 총명해보이기까지 하는데
아프다고 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하루 속히 사도님 부부의 애정으로 승현이가
건강을 회복하길 진심으로 빕니다.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아껴준다면 몇십년이 지난 결혼생활이라도 항상 행복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지금보다 더 행복하시구요, 승현이도 건강했으면 좋겠네요. 감동받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