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비루한 영화다.

국가-정부는 우리를 버렸다!! 분노의 영화 <2012>
s몽키렌치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

오래간만에 극장 나들이를 했고,
뭐 어떤 영화들이 세간의 관심을 받는지도 도통 모르겠고,
그저 헐리웃의 돈많이 쳐바른 영화라면 속이라도 후련할까...싶어 봤는데,
다 보고나서 오히려 속이 더 답답해졌다.

트랙백 원글에서 s몽키렌치님께서 지적하셨듯이 G8정상들과 두당 10억유로의 현금을 바로 동원할 수 있는 부자들만을 위한 유토피아를 위해 중국의 인민들을 동원하여, 희생하여 은밀하게 종말을 대비하는 전형적인 백인우월주의, 자본우선주의 영화다.

롤렌드 에머리히 감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꽤 혹독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보기전까지 내게는 꽤 괜찮은 감독이었다.
고질라...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난 어쨌든 재밌게 봤고 인디펜던스 데이도 그럭저럭...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지루하다는 생각없이 잘 봤었으며 투모로우는 이게 그 감독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패트리어트는 멜깁슨 꼴보기 싫어 보지 않았고 그 이전에도 유니버셜 솔저나 스타게이트 등은 영화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도 나름 재밌게 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영화, <2012>는 러닝타임 2시간 30분동안 왜 그리 지루한지... 보는 내내 이거 언제 끝나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종반으로 갈수록 소위 강대국이란 것들의 치졸한 생존본능에 강박적인 거부감으로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고 그 강대국에 속한 비중있는 인물의 초라한 인류애는 더욱 모냥 빠져보이고, 우리는 결국 이런 역겨운 사회상을 현실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자아들의 집단이란 생각에 그냥 힘만 빠질뿐이다.

영화속에도 잠간 등장하는 대사지만,
"남의 피를 밟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할 수 없다"...고 외쳤던 그 인물은 왜, 이렇게 될지 몰랐단 말인가?
애초에 그의 연구와 성과와 그를 중심으로 진행된 모든 계획이 결국 권력과 돈을 거머쥔 한줌 자본가들만을 위한 생존 게임이란걸 그 자신이 모를리가 있을까...싶어 더욱 한심한 모양새로 보이는 것이다.

지난 8년간 부시의 미국이 전 세계를 협박하며 돌진했던 소위 "세계화", 혹은 "신자유주의"라는 것의 실체가 바로 이렇게 정면으로 폭로되는 것일진대, 이런 영화속 은유(은유? 은유라기보다는 직설에 가깝겠지!)를 보면서도 여전히 명박가카를 지지하는 인민들도 있으니 뭐...
그런 인민들을 보며 속으로 '나의 부와 권력을 위해 희생해주는~'하며 웃을, 그 한 줌의, 상위 1%들의 게기름은 또 얼마나 반짝일 것인가.

그리고 결말,
지난 19세기로부터 20세기에 이르도록 현재의 G8에 속한 대다수의 국가는 아프리카 대륙을 너도나도 뜯어먹으며 현재는 그들에게 절망만을 안겨줬는데... 재난이 끝난 후 지각변동으로 희망봉이 가장 높이 솟아올랐다며 다시 아프리카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대목에 가서는 정말 분노가 치밀다 못해 이가 갈렸을 정도다.

세상의 멸망을 미리 알고, 돈으로 생명을 건졌는데, 그걸 숨기고 다 멸망한 후에 지난 세기 열나게 뜯어먹었던 대륙에서 다시 희망을 찾아?
에라이~ 하이에나만도 못한 족속들...

물론,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장점도 있다.
갖다 쳐바른 돈이 얼만데 영 못봐줄 영화겠나...

예고편에서 보여주던 그 화려한 재난 CG효과는 정말 커다란 스크린에 푹 빠져들만큼 멋지게 만들어 보여주는데 영화 시작 후 얼마지나지 않아 LA가 지진으로 붕괴되는 장면은 정말 장관중의 장관이었다.
이걸 TV화면으로만 본다면 이만큼의 감탄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상당한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안토노프 수송기의 육중한 비행장면도 볼거리 중의 하나일테고...
이 안토노프같은 경우 워낙 힘이 좋고 항속거리도 긴만큼 러시아에서는 아마도 우주선을 실어나를 때 이걸 이용한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폐허가 된 워싱턴 D.C에 백악관을 중심으로 이재민들이 모여있는데 어느 순간 거대한 쓰나미가 삼켜버린다.
이 쓰나미에 미국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떠받치는 힘의 상징과도 같은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마치 종이배처럼 힘없이 쓸려와서 백악관을 덮치는 장관도 펼쳐지는데 그 덮치는 함정은 CVN-67 John F. Kennedy 함.
아마도 미국의 종말을 선언하는 메타포로써는 상당한 무게감이 실릴 장면이 아닐까 싶다.

권력가의 치졸함을 어설픈 인류애와 대비시킨 비루한 영화다.


osado

by osado | 2009/11/19 00:15 | 삶은 현재다 | 트랙백 | 덧글(3)

억새, 가을...

하늘색이 참으로 깊고 곱다.
... 아니, 그보다는 렌즈가 그렇게 깊게 내놓는 것 같다.

봄-여름엔 그토록 뻣뻣하던 것이
어떻게 이렇게나 활짝 부드러운 질감을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넘어가는 해,
불붙듯 같이 타오르는 억새,
가을은 넘어가고
계절은 또 그렇게 순환하고
나도 나이 한 살 더 먹어가겠지...

벌써 머나먼 봄이 기다려진다.



osado



by osado | 2009/11/13 16:40 | 살며 사랑하며 | 트랙백 | 덧글(0)

출항


이제는 바닷바람이 차다, 춥다.



osado


by osado | 2009/11/12 10:32 | 살며 사랑하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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